내 재산은 비밀이에요.
내 재산은 비밀이에요.
취학 전 준호는 남자 어린이지만 유모차에 인형을 태우고 유모차 바구니에 물건을 채우며 장 보는 놀이를 매우 즐긴다. 삐삐와 휴태폰을 잃어비리지 않도록 유모차 손잡이에 걸어놓고, 꽃으로 장신된 슬리퍼를 신고, 어깨에 가방을 메고 나서면 영락없이 아기를 데리고 시장에 가는 주부의 모습이다. 한 손은 언제나 유모차 손잡이에 얹어 유모차를 굴리고, 다른 한 손은 언제나 돈이 가득 든 지갑을 쥐는데, 지갑이 두둑해서 그런지 물건을 하나씩 구입하여 유모차 바구니에 넣을 때마다 어깨를 으쓱거린다. 준호는 물건을 하나씩 유모차 바구니에 채우고 돈을 지불하고 나면 어김없이 놀이실 구석으로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이동시킨다. 그리고 자신은 치료자를 등지고 선 채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몰래 지갑을 열었다 닫으며 남은 돈뭉치를 확인한다. 놀이실에는 치료자 이외에 자기를 주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그렇게 한다. 마치 기어가는 벌레를 발견하고는 다른 병아리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서둘러 벌레를 입에 문 채 재빨리 날갯짓하며 뛰어 도망가는 병아리처럼.. 이렇듯 아이의 세계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무한하고 다양한 몸짓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움츠러들어 내면에 있는 나를 모두 보여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놀이치료를 통해 아이들은 나만의 세계를 보여주며 소통하게 되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게 됩니다.
출처 : 어린이 마음치료 정혜자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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